노년기에 치매 발병 위험을 낮추려면 고혈압을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게 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.
14일 미국의학협회(AMA)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'JAMA 네트워크 오픈'(JAMA Network Open) 최신호에 따르면 미국과 한국, 독일, 프랑스 등 15개국 연구진으로 구성된 국제컨소시엄(COSMIC)은 전 세계에서 이뤄진 고혈압과 치매 관련 17개의 연구 결과를 종합 분석한 결과 이런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밝혔다.
고혈압은 치매의 가장 흔한 위험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. 지금까지 이뤄진 연구에서는 중년기 고혈압의 경우 모든 원인의 치매 위험을 약 60%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. 이중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은 약 25% 증가시키는 요인이었다.
하지만 노년기 고혈압은 이런 연관성이 일관되게 관찰되지 않았다. 일부 연구에서 수축기혈압이나 확장기혈압과 개별적인 연관성이 나타났지만, 근거 수준은 높지 않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.
연구팀은 그동안 나라별로 이뤄진 역학 연구에 참여한 60∼110세 고령자 3만4천519명(평균나이 72.5세)을 대상으로 평균 4.3년에 걸쳐 노년기 고혈압 치료가 치매 발병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.
이 결과 고혈압인데도 항고혈압약 등으로 치료받지 않은 환자 그룹은 건강한 대조군에 견줘 치매 위험이 42%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. 또 이런 치매 위험은 고혈압 치료를 받은 그룹보다도 26% 높았다.
반면 노년기에 고혈압을 적극 치료한 그룹의 치매 위험은 건강한 대조군과 비교해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.
치매는 현재 마땅한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예방에 초점을 맞추는 게 최선이다. 특히 치매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의 경우 증상의 진행 속도를 늦춰주는 치료 외에 증상의 진행을 멈추거나 증상을 호전시켜주는 치료법이 없어 병이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.
이를 위해서는 교정이 불가능한 요인(노화, 성별, 치매 위험 유전자 보유 여부, 대기오염 등)보다 교정이 가능한 고혈압 등의 질환을 꾸준히 관리하는 게 치매 예방을 위한 효과적인 전략이다.
연구에 참여한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는 "이번 연구에서 적극적인 고혈압 치료가 치매 위험을 낮추는 연관성은 연령, 성별, 인종에 따른 차이가 없었다"면서 "노년기에 발생할 수 있는 치매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고혈압을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게 바람직하다"고 권고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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