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치매 환자의 행동 변화 이해

“이해하면 보이고, 보이면 덜 힘듭니다”

치매는 단순히 ‘기억력이 나빠지는 병’으로 알려져 있지만, 사실 치매를 겪는 가족과 보호자를 더 힘들게 하는 것은
급격한 성격 변화, 이상한 행동, 감정 기복 같은 행동 증상입니다.

“왜 갑자기 화를 내지?”
“이 시간에 왜 자꾸 나가려고 할까?”
“내가 도둑이라고?”
이처럼 이해되지 않는 행동이 반복될수록
보호자도 지치고 마음이 멍들 수 있습니다.

하지만 이 모든 행동에는 이유가 있습니다.
뇌 기능이 손상되면서 달라진 세계 속에서 환자가 나름대로 표현하는 방식일 뿐입니다.

이 글에서 치매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행동 변화와 그 심리적 배경, 그리고 보호자가 어떻게 이해하고 대응해야 하는지를 자세히 소개합니다.

1. 반복적인 말과 행동: 뇌가 기억을 놓쳤을 때
▪ 왜 반복할까요?
치매 환자는 최근의 일을 저장하거나 기억해두는 능력이 현저히 떨어집니다.
방금 들은 말도 몇 초 후엔 잊고, 자신이 말한 것도 기억하지 못합니다.

그래서 같은 질문을 반복하거나, 같은 물건을 계속 만지며 행동을 반복합니다.
이는 불안, 혼란, 주의 끌기 등의 이유로 더 심해질 수 있습니다.

💡 보호자 대응 팁
- 반복을 ‘고의’가 아닌 ‘병의 증상’으로 이해하기
- 화내거나 “아까 말했잖아요”라고 말하지 않기
- 질문이 잦을 경우, 글로 써서 눈에 띄는 곳에 붙여두기

2. 피해망상과 의심: 기억의 공백을 채우는 상상
▪ 왜 의심이 많아질까요?
치매 환자는 물건을 어디에 뒀는지 자주 잊습니다.
하지만 뭔가 없어졌다는 건 느끼기 때문에 기억의 빈틈을 채우기 위해 주변 사람을 의심하게 됩니다.

“지갑이 없어졌어, 네가 훔쳤지?”
“이 약 먹으면 내가 죽을지도 몰라.”

이처럼 말도 안 되는 주장도 환자에겐 진짜처럼 느껴집니다.

💡 보호자 대응 팁
- 정면으로 반박하거나 설득하지 않기 (“내가 훔칠 리 없잖아!” X)
- “그런 일이 있었군요. 같이 찾아보자” 식의 공감 표현
- 물건은 항상 같은 자리에 보관해 습관을 형성하기

3. 분노와 공격성: 낯선 세상에 대한 반응
▪ 왜 갑자기 화를 낼까요?
치매가 진행되면 낯선 환경, 낯선 사람처럼 느껴지는 순간이 많아집니다.
자신이 할 수 있던 일을 누군가 대신하려 들면
“무시당한다”, “억지로 시킨다”는 공격적인 감정으로 변하기도 합니다.

예를 들어,
- 옷을 입히려 할 때 거부하거나 화를 냄
- 샤워나 외출을 거부하며 고함침
- 간혹 손찌검을 하거나, 욕을 하는 경우도 있음

💡 보호자 대응 팁
- 행동의 원인을 찾기 (피곤함, 배고픔, 낯선 장소 등)
- 당장은 거리를 두고, 감정이 가라앉은 후 다시 시도
- 가능한 환자가 선택할 수 있는 여지를 주기 (“지금 옷 갈아입을래요, 좀 이따 할까요?”)

4. 해매는 행동: 길 잃음과 시간 감각 상실
▪ 왜 밖에 나가려 할까요?
치매 환자는 시간, 장소 개념이 약해지며
지금이 언제인지, 여기가 어딘지를 헷갈립니다.
그래서 집을 나가 어디론가 향하다가
길을 잃거나 실종되는 사고가 종종 발생합니다.

특히 해가 질 무렵 갑자기 외출하려는 행동(일명 해넘이 증후군)이 많습니다.
“집에 가야 해”, “애가 기다려” 같은 말을 하기도 하죠.

💡 보호자 대응 팁
- 출입문에 알림 장치나 잠금 장치 설치
- 외출 욕구가 강할 땐 잠시 산책하거나 TV 시청 등으로 주의 돌리기
- 치매안심센터에 등록해 배회 인식표, GPS 기기 등 활용하기

5. 무기력 또는 과다행동: 감정 기복의 양 극단
▪ 너무 가라앉거나, 너무 들떠 있는 경우
어떤 치매 환자는 하루 종일 말이 없고, 활동도 하지 않는 무기력 상태로,
또 다른 환자는 지나치게 돌아다니거나 밤에 잠을 안 자는 과잉 행동을 보이기도 합니다.

이러한 변화는 뇌 기능 저하, 수면장애, 약물 부작용, 감정 불안정 등 다양한 이유로 나타납니다.

💡 보호자 대응 팁
- 무기력할 땐 간단한 대화나 활동을 유도 (음악, 손 마사지, 함께 사진 보기 등)
- 과잉 행동 시에는 낮 활동량 증가 + 규칙적인 수면 루틴 형성
- 필요시 전문의 상담을 통해 약물 조절 검토

6. 이상 행동은 ‘나를 표현하는 방식’입니다
치매 환자의 대부분의 행동은 혼란, 불안, 두려움, 고립감 같은 감정에서 비롯됩니다.

그들은 스스로 그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행동으로 나타내는 것입니다.

예를 들어,
- “배고파요” → 물건을 뒤지며 먹을 것을 찾음
- “무서워요” → 문을 잠그고 밖을 안 나가려 함
- “외로워요” → 괜히 울거나, 관심을 끌려 함

이해하기 힘든 행동일수록 감정을 먼저 들여다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.

마무리하며: 이해가 돌봄을 가볍게 만듭니다

치매는 기억을 빼앗는 병이지만, 그 안에 남아 있는 감정과 관계는 끝까지 이어질 수 있는 소중한 연결 고리입니다.

환자의 행동을 단지 ‘이상하다’고 보지 않고 “이 행동에는 어떤 감정이 숨어 있을까?”
“내가 불편하게 만들진 않았을까?”라고 한 발 물러나 바라보면, 돌봄이 훨씬 덜 지치고 덜 아프게 됩니다.

치매 환자의 행동은 병의 표현이자
자신을 지키려는 나름의 방식입니다.
우리는 그저 더 잘 이해하려고 노력하면 됩니다.
그것만으로도 큰 사랑이자 치료가 됩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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